그렇게 될 자리
요즘 집 때문에 난리다.
다주택자들은 많이 가진 대로 세금 걱정하고, 없는 사람은 집값이 비싸다고 불만이다.
자기가 살 집 1채만 가지도록 하는 게 정책방향 같다.
집 중요한 건 바둑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것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집 많은 사람이 이기기 때문이다.
없어도 최소한 2집은 있어야 한다. 1집이면 상대에게 잡혀 먹힌다.
그래서 1가구 2 주택이 기본이다.
바둑에서 이기려면 집 계산을 잘해야 한다.
둘 때마다 집 만들 궁리를 하고, 두는 내내 남의 집과 내 집을 비교해야 한다.
어느 집의 평수가 넓은 지 정확히 따져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치열한 프로들의 시합에서는 반집 승패도 흔하다.
대게 집 계산 실력은 바둑실력과 비례한다.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땅의 소유권이 정확히 누구에게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수는 자기 돌 몇 개 있다고 자기 땅이라 우기지만
고수 눈엔 몇 집이 날지 정확하게 보인다.
이런 경우를 바둑에선 ‘그렇게 될 자리’라고 부른다.
참 냉정한 말이다. 결과가 정해져 있다는 듯 들리기 때문이다.
한 수씩 번갈아 두다 보면 결과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하수만 저 혼자 착각하고 있다는 걸 모른다.
바둑에서 최고수인 9단은 ‘입신(入神)’이라 불린다.
가히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의미다. 하수가 어떤 수를 두더라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런 고수에게 하수의 과수(過手)는 애잔한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바둑판 앞에 앉은 인간도 신에게는 그리 보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