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원고지3장)

막걸리와 홍어

장 산 2021. 8. 9. 23:12

 

출처: 위키백과

 

 

 

요즘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본다.

가격도 그렇고, 도수도 적당하다는 것이다. 금방 배가 불러 많이 못 먹으니 건강 챙기기도 좋을 것이다. 잘 흔들어서 넘치지 않게 따는 노하우를 서로 자랑하기도 한다.

 

나이로 취향(taste) 따질 건 아니지만, 막걸리는 대체로 연식(年式)이 좀 된 사람들이 찾지 않나 싶다.

혹, 막걸리 회사에서 ‘섭섭한 소리’라 그럴지 모르겠다. 어쨌든, 홍어 안주에 시원하게 한 잔 마시면 술맛 날 것이다.

 

물론, 막걸리는 찌그러진 주전자와 양은(洋銀) 잔에 따라 마셔야 제격이다.

눈에 익숙한 물건이 입맛도 되살리는진 모르겠으나 지난 시절을 그리며 손가락에 잔을 걸어 마시면 좋았던 추억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종찬(오마이뉴스)

 

얼큰해져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좀 살맛이 나는 것 같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주제는 중구난방 끝이 없다. 그래도 내가 얘기하는 동안은 내 맘대로 허풍 떨고 남 평가할 수 있으니 속이 후련해진다.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정치·경제·사회 어떤 주제라도 모르는 거 빼고 다 안다.

 

누군가 옆에서 듣는다면, 별 의미 없는 옛날 얘기를 참 거창하게 떠벌린다 싶을 것이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도 주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면 섭섭할 게 틀림없다. 잊힌 존재가 되는 건 눈총 받는 것보다 슬픈 일이다.

 

막걸리와 홍어는 숙성이 잘 될수록 맛이 좋다.

숙성(熟成)이란 시간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고 잘 익은 걸 말한다. 그러나 홍어가 달리 홍어가 아니듯이, 시간이 흐른다고 모든 사람이 저절로 숙성되는 건 아닐 것이다. 되려 사소한 일에도 섭섭해지고 한편으론 자기 고집만 세지기 십상이다. 나이 먹는 만큼 비례해 마음이 숙성되면야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홍탁을 앞에 두고 인생을 얘기할 땐 코끝이 찡할 때마다 ‘그놈 참 숙성이 잘 됐네’ 하고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