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홍어
요즘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본다.
가격도 그렇고, 도수도 적당하다는 것이다. 금방 배가 불러 많이 못 먹으니 건강 챙기기도 좋을 것이다. 잘 흔들어서 넘치지 않게 따는 노하우를 서로 자랑하기도 한다.
나이로 취향(taste) 따질 건 아니지만, 막걸리는 대체로 연식(年式)이 좀 된 사람들이 찾지 않나 싶다.
혹, 막걸리 회사에서 ‘섭섭한 소리’라 그럴지 모르겠다. 어쨌든, 홍어 안주에 시원하게 한 잔 마시면 술맛 날 것이다.
물론, 막걸리는 찌그러진 주전자와 양은(洋銀) 잔에 따라 마셔야 제격이다.
눈에 익숙한 물건이 입맛도 되살리는진 모르겠으나 지난 시절을 그리며 손가락에 잔을 걸어 마시면 좋았던 추억들이 떠오를 것이다.
얼큰해져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좀 살맛이 나는 것 같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주제는 중구난방 끝이 없다. 그래도 내가 얘기하는 동안은 내 맘대로 허풍 떨고 남 평가할 수 있으니 속이 후련해진다.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정치·경제·사회 어떤 주제라도 모르는 거 빼고 다 안다.
누군가 옆에서 듣는다면, 별 의미 없는 옛날 얘기를 참 거창하게 떠벌린다 싶을 것이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도 주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면 섭섭할 게 틀림없다. 잊힌 존재가 되는 건 눈총 받는 것보다 슬픈 일이다.
막걸리와 홍어는 숙성이 잘 될수록 맛이 좋다.
숙성(熟成)이란 시간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고 잘 익은 걸 말한다. 그러나 홍어가 달리 홍어가 아니듯이, 시간이 흐른다고 모든 사람이 저절로 숙성되는 건 아닐 것이다. 되려 사소한 일에도 섭섭해지고 한편으론 자기 고집만 세지기 십상이다. 나이 먹는 만큼 비례해 마음이 숙성되면야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홍탁을 앞에 두고 인생을 얘기할 땐 코끝이 찡할 때마다 ‘그놈 참 숙성이 잘 됐네’ 하고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