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원고지3장)

올림픽 선수들

장 산 2021. 8. 11. 01:56

 

출처:OSEN

 

올림픽은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니 참가 기회가 흔치 않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육상·수영처럼 기준 기록을 통과하거나 종목당 정해진 랭킹 안에 들어야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기에 참가하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이제 메달을 따기 위해 본격적으로 땀과 눈물을 쏟아붓게 된다.

힘들고 지루한 훈련을 먹고 자는 시간 빼고 하루 종일, 365일 반복한다. 휴일도 없고 명절도 없다.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인고(忍苦)의 시간인 건 똑같을 것이다.

 

물론, 열심히 훈련했다고 모두 메달을 딸 수 있는 건 아니다.

달이라야 금··동 밖에 없으니 산술적으로 못 받는 사람이 몇십 배 많을 게다. 모두가 국가대표인 선수들끼리 예선(豫選)을 거쳐 너 댓 번은 더 이겨야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선수들 간에 실력차가 크지 않으니 누구도 방심할 수 없다.

우승 예상자가 탈락하고, 의외의 선수가 신데렐라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선수는 꿈을 이뤄 국가적 영웅이 되고, 또 다른 선수는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좌절감에 머리를 감싸고 눈물 흘리는 모습은 누가 봐도 안타깝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은 건 모두에게 간절한 꿈일 것이다.

어떻게 보낸 4년의 세월인데 놓치고 싶겠나. 실패하면 또 4년을 기다려야 하고 다시 선발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어떻게든 이기고 싶을 만하다.

 

그런데 감동적인 장면이 꼭 우승자에게서만 나오는 것은 아닌 듯하다.

아깝게 메달을 놓친 뒤 눈물을 흘리며 승자(勝者)의 손을 들어주는 패자(敗子), 자신의 레이스(race)를 포기하고 넘어진 동료를 일으켜 함께 달린 선수, 세월을 못 이겨 밀려나는 전설(legend)의 수용(受容)의 눈물 등은 아름답다.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sochi) 동계 올림픽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에 피겨 김연아 선수가 희생양이 된 적이 있다. 

TV 중계를 본 모든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금메달은 실수한 러시아 선수에게 돌아갔고, 당연히 심판과 선수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흥분하지 않았다. 단지,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이 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정상에 오른 사람은 같은 길을 걷는 경쟁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본인도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그 과정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그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접전(接戰) 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설사 좀 억울할 법 해도 흔쾌히 상대가 흘린 땀의 가치를 인정해 준다.

 

그게 올림픽 경기라고 갑자기 그렇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아니, 오래 준비했으니 더 따져야 맞지 않나.

정통이 아닌 변칙(變則)과 반칙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 그건 극한의 고통을 견뎌낸 사람이 닿는 미지의 궁극, 바로 도()의 경지임에 틀림없다. 그곳엔 상대에 대한 질시와 저주 대신 인정(認定)과 사랑이 있다. 

 

자신을 극복했기에, 그래서 선수들은 모두 승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