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이 긴 단어는 과거 인기 코미디 프로에 등장했던 웬 사람 이름이다.
오래 사는 생물들을 다 갖다 붙이다 보니 이름이 엄청 길다. 숨이 차 중간에 좀 쉬어야 할 지경이다.
코미디에 나왔던 이름은 이랬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뒤에는 좀 어거지로 붙인 티가 나지만, 어쨌든 애가 제 이름 외우기도 쉽지 않았을 듯하다.
본인도 어려운데, 남은 오죽하겠나.
애 이름 몇 번 부르다가 숨넘어갈 수도 있겠다. 실제로, 애가 물에 빠졌다는 걸 알리려 어렵게 애 이름을 말하면 애 아버지가 자꾸 ‘누구라고?’ 물어 긴 이름을 반복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용건(用件)은 꺼내지도 못하고 이름 부르다 볼 일 다 본다.
이 코미디를 들먹이는 건 서로 ‘네가 잘못했다’고 싸울 때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따지는 모습이 생각나서이다.
누가 ‘왜 그랬어?’ 하면 어떤 시점에서의 자기 입장을 구구절절이 설명한다. 그러면, 당연히 인정을 안 할 상대로서는 그 시점 이전의 잘못을 꺼내 받아친다.
물론, 다시 이쪽에서는 자기가 한 말에 상대가 반박한 말을 확인한 뒤 거기에 그 보다 더 이전에 잘못한 일을 들이대며 업어치기를 한다.
그렇게 서로 원인을 찾아 끝없이 과거로 파고든다. 서로 상대가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를 말하면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뭐라고?’를 외친다. 그러면 상대는 더 악을 쓰며 제 얘기 한 번 하려고 그 긴 이름을 되풀이한다.
만일, 서로 성질 돋우며 헛심 쓰지 않으려면 용건에 집중하는 게 경제적이다.
미주알고주알 상대의 얘기를 따지기보다, 일단 ‘그렇다 치고’ 넘어가면 편하다. 상대가 작정하고 꼬투리 잡으려 할 땐 위빙(weaving)으로 상대의 잽(jab)을 슬쩍 흘리는 게 현명하다.
솔직히, 서로 이름을 몰라 다시 묻는 건 아니지 않나.
뭔가 기분 나쁜 게 있어 그런 것이 분명하다. 처음부터 안 들으려는 사람은 말해봐야 소용없고, 문제를 풀려는 사람이라면 길게 안 해도 될 일이다.
누가 ‘뭐라고?’하면 말려들지 않고 그냥 웃는 게 낫다.
그러면 상대방도 '이 사람 보통이 아니구나' 싶어 슬그머니 입 닫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