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산 2021. 12. 28. 13:59

 그럴 수만 있다면, 고통(苦痛)은 어떻게든 회피하려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칼에 베이고 총에 맞은 그 순간의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넘어져 어디가 깨질 때도 몹시 아프다. 치통이나 두통도 사람을 못내 성가시게 만든다.

고행자(苦行者)가 아니라면 고통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행복하기도 어려운데 고통이라니, 말하나 마나 한 얘기이다.

 

출처: news1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이 일어나는 순간에 우리는 진정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살아있지 않다면 고통도 모를 것이다. 괴롭지만, 고통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생존은 고통을 통해 각성(覺性)된다. 어울리지 않아도, 고통은 삶과 한 통속이다

 


 고통은 상처부위가 아물면 사라진다. 순간의 고통이 아무리 강렬해도 아문 상처는 더 이상 아프지 않다. 총알이나 이물질이 몸에 박힌 채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 얘기도 있지 않나. 그들이 안쓰러워 수술을 권한다 해도 선뜻 나서지 않을 게 분명하다. 몸에 박힌 것들은 이미 그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존재한다는 건 현재의 시간들의 연속이다. 고통은 지금 현재에서만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피하려고 하는 건 고통의 순간이지 고통의 크기가 아닌 듯하다. 과거나 미래의 고통은 결코 현재와 같은 느낌으로 치환될 수 없다.

언제나, 지금 느끼는 손톱 밑의 가시가 몸에 박혀 있는 총알보다 아프다. 겨울엔 지난여름의 무더위를 기억만큼 체감할 수 없다.


 고통의 느낌은 절대 객관적일 수 없다. 그래서 각자의 삶이 가장 아프고 힘든지 모르겠다. 인간은 현재를 벗어나려 행복을 찾지만, 고통은 늘 냉정히 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