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원고지3장)
명품 신발
장 산
2021. 1. 18. 11:37
요즘 자주 신고 다니는 신발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신고 보면 그 신발이다.
모양도 평범하고 색깔도 별로지만 편한 거 하나는 최고다.
남자는 신발과 시계만큼은 좀 괜찮은 걸로 갖춰야 한다는 말이 있다.
누가 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자주 듣는 얘기다.
교묘한 상술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래서 구두 하나를 샀었다.
명품은 아니지만 꽤 알려진 메이커에 디자인도 세련돼 적당히 만족스러웠다.
사실, 처음에는 좀 기대가 컸었다.
안 좋은 건 무거운 데다 바닥이 딱딱해 걸으면 발이 아프다는 점이다.
게다가 밑바닥이 미끌미끌해 겨울에 자빠지기 딱 좋다.
남 보기엔 괜찮은 구두이지만 속으론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는 물건이었다.
결국, 행사용으로 신발장에 잘 모셔 두었다.
편안한 신발은 신을 때마다 참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가성비 최고다. 전족이나 하이힐처럼 유행을 따르자면 발이 불편할 수도 있다.
화려함을 누리기 위해선 보이지 않는 대가가 필요한 게 분명하다.
자기에게 잘 맞는 편한 신발이 명품이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도 맞지 않으면 발만 아플 뿐이다.
아무리 공주가 되고 싶어도 유리구두에 발을 맞출 순 없다. 그건 전족일 뿐이다.
일이나 사람이나 뭐든 안 그러겠나 싶다. 편안해야 오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