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산 2021. 1. 18. 22:46

대체로 7~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연애편지 한 번은 써 봤을 것이다.

 

범생이라 난 몰라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인터넷도, 핸드폰도 없던 그 시절에 도저히 못 배겨 밤새 쓰던 게 연애편지였다.

그래서 구구절절 애절하다.

 

출처: pixabey


한 번에 다 못 쓴다는 게 두 번째 특징이다.

 

부푼 마음에 두서(頭緖)가 없어 몇 번씩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라디오에선 별이 빛나는 밤에가 흐르는데

글은 안 써여지고 구겨진 편지지만 수북이 쌓인다.


어렵게 쓴 편지를 전하지 못한다는 게 세 번째 안습이다.

 

몇 번을 다시 읽으며

말이 되는 지, 나를 어떻게 볼까 망설이다 시간만 흐른다.

 

책갈피 속에 넣어두었다 능글맞은 친구들에게 들켜 놀림당하기도 한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하나 예외 없이 유치찬란하다는 점이다.

 

시시콜콜한 얘기만 잔뜩 늘어놓으며 정작 하고 싶은 핵심 단어는 빠져 있다.

편지나 현실이나 주변만 뱅뱅 맴돈다.

 

문장이 읽다 숨 넘어 갈 정도로 길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시간이 한참 지나 생각해도

그때 그 시절 그 기분으로 휙 돌아간다는 게 마지막 매직(magic)이다.

 

그 시절 그 오빠, 동생은 잘 있을까?

아무리 유치해도 그때 기억은 여전히 분홍빛이다.

 

죽고 못 살던 애틋함은 희미해진 지 오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때가 좋았다.


채플린의 말처럼,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