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산 2021. 1. 21. 07:11

 시골 고향집에 잠시 들렀다가 이튿날 아침에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어릴 때 살던 집은 부모님 돌아가시고 이제 썰렁하기만 했다.

주위에 빈집이 많아졌고, 외지인 주택도 눈에 띄게 늘었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은 이제 마음속에만 남았다.


 마침 고향의 고속도로 진입로 인근 칼국수집이 문을 열었기에 잠시 들렀다.

허름한 시골부엌에 정리되지 않은 세간들과 함께 식탁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얼핏 봐서도 80은 되어 보이는 주름 투성이 할머니가 흰 머릿수건을 두르고 있었다.


 손칼국수는 솔직히 생각보다 입맛에 맞진 않았다

내 입맛이 변한 것일 게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머리카락도 한 올 빠져서 몰래 건져냈다.

음식에 머리카락이 빠졌다고 아버지에게 구박받던 생전의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두부도 한 모 시켰는데 김 나는 손두부를 양념간장에 찍어 배부르게 먹었다.

 

덕분에 잠시나마 행복한 옛날로 돌아갔다. 

 

출처: 대구신문


 식사비가 전부 합해 만 몇천 원이 나왔다.

2만 원을 드리고 '잔돈은 됐다' 했더니 주인 할머니가 한사코 받지 않으셨다.  

던지다시피 돈을 드리고 차를 돌리려는데 할머니가 급히 뒤따라 나오셨다.

 

손에는 물에 젖어 상표 종이가 좀 찢어진 박카스 한 병이 들려 있었다.


 할머니는 ‘이거라도 드시라’면서 기어이 박카스를 안겨 주셨다.

더 이상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았다.

 

할머니는 내가 떠날 때까지 문 앞에 물끄러미 서 계셨다.

 


 예전 집 나설 때 손 흔들던 엄마 모습 같았다.

 

출처: friendkorea.blogsp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