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호랑이
조오련과 바다거북이 수영 시합하면 누가 이길까?
영화 ‘친구’에 나오듯이 답은 ‘안 붙어봐서 모른다’이다. 그럼, 곰과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것도 못 봤으니 ‘아이 돈 노’다. 하고 싶은 얘기는 싸움이 아니라 곰의 습성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동물에 빗대어 표현되곤 한다.
약은 사람은 ‘여우’, 욕심이 많으면 ‘돼지’, 뒤로 나쁜 짓 하는 인간은 ‘쥐’, 순한 이는 ‘양’, 그리고 총체적으로 나쁜 놈은 ‘개’ 등에 비유된다.
곰은 주로 미련하고 굼뜬 사람을 표현할 때 쓰인다. 물론, 귀여울 때도 사용한다. 의미에 따라 ‘탱이’나, ‘돌이’가 붙는다.
긍 · 부정 이미지가 다 있지만, 대체로 상대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곰의 진가는 무엇보다 끈기에 있다.
맹수의 왕인 호랑이도 못한 걸 쑥과 마늘만으로 버텨 끝내 ‘만물의 영장’이 되지 않았나.
그래서 신화 속의 주인공은 잘난 호랑이가 아니라 미련한 ‘곰탱이’다.
가만 보면 우리 사는 세상 이치도 이런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이들은 모두 맵고 쓴 과정을 잘 견뎌낸 사람들이다. 깜깜한 동굴 같은 환경에서 지루한 루틴(routine)을 미련할 정도로 지킨 사람들이다.
재주는 있는데 끈기가 부족해서, 혹은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실패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무던하면 사람 사이도 덜 팍팍해 질 것이다.
혹시 ‘요즘 세상엔 맞지 않는 고리타분한 얘기’라고 할지 모르겠다.
아님, ‘호랑이는 육식동물인데 어떻게 그걸 먹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여간에, 곰이 인간이 됐으니 사람도 좀 무던해야 조상 뵐 면목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