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딜레마
요즘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예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는 재택근무도 많다.
가족끼리 같이 있어 좋은 점도 많지만 가까이 있어 피치 못하게 불편한 점도 생기곤 한다.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게 있다.
추운 겨울밤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고슴도치는 서로 몸을 밀착하는데,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자신의 가시로 상대를 찌르게 된다.
그래서 찔리지도 않고 얼어 죽지도 않을 적당한 거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우화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처음에는 같이 있어 좋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안 좋은 게 보이고 불편한 것이 생기게 된다.
그게 싫어 좀 떨어지면 다시 ‘같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마음이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한다.
이런 점에서 이 거리는 물리적 거리이면서 마음의 간격이기도 하다.
불편한 것도, 화나는 것도 모두 마음의 차이 때문에 생길지 모른다. 여기엔 다 내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나 중심’ 생각이 깔려있다.
서로 내 말 잘 듣는 착한 사람을 찾는다.
하지만, 내 입속에 든 혀도 내가 무는데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될까?
누가 맞고 안 맞고를 떠나 비현실적인 생각일 수밖에 없다.
설령 AI 로봇을 데려와도 내 맘 같지는 않을 것이다.
수시로 변하는 내 맘을 맞추느라 과부하가 걸릴지 모른다.
물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찾는다면 심신이 서로 편할 수 있다.
좀 덜 부대끼고 필요한 정은 나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왔다 갔다 여러 번 겪어 봐야 나타날 것이다.
이래저래 코로나가 도까지 닦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