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하면서 욕하기
말을 희한하게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말이 청산유수였다. 한가한 식당에서 우연히 듣게 되었다.
목소리도 크고 발음이 또렷해서 귀에 쏙쏙 들어왔다. 한 번 관심이 쏠리니 헤어날 수가 없었다.
그 덕에 우리끼리는 ‘말 따로 귀 따로’가 돼버렸다.
분위기로 봐서는 오래 동안 알고 지낸 사이 같았다.
좀 젊어 보이는 2명이 한쪽에 같이 앉았는데 희미한 미소인지 썩소인지 하여튼 그런 표정으로 듣기만 했다.
말 많은 그 사람은 전화가 오면 갑자기 톤 다운 했다가 다시 큰소리로 모드를 자유자재로 전환했다.
이 사람의 특기는 칭찬하면서 욕하기였다.
칭찬을 하긴 하는 데 꼭 욕으로 했다. “야, 너 요즘 사업 잘 되지. 자랑하고 다닌다며. 좋아. 그렇게 해도 괜찮단 말이야 자식아, 알아?”
혹은 “너는 좀 둔해. 보통은 좀 챙피할 수 있어. 근데, 넌 아니잖아, 자식아. 그러니까 사람들이 널 좋아하는 거야, 임마” 등등...
참 말을 요상시럽게 했다.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내가 다 헷갈렸다.
‘아니 칭찬하려면 칭찬하고, 불만 있으면 그냥 얘기하면 되지 뭐 하자는 거야’ 싶었다.
시끄럽기도 하고 정리도 안 돼 우리는 예정보다 좀 빨리 일어나버렸다.
집으로 걸어오다가 그 사람이 그러는 게 ‘뭔가 배가 아파서’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배는 아픈 데 드러내자니 아는 사이에 자존심 상하고, 칭찬하자니 그건 또 배 아프고.
그래서 욕으로 칭찬하는 기가 막힌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참 나, 그런다고 뒤틀린 배가 안 아플까 모르겠다.
‘그 밴댕이 소갈딱지에 밥값이나 계산했으면 다행이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