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원고지3장)

까마귀를 위한 변명

장 산 2021. 2. 16. 22:33

<큰부리까마귀>, 출처: ko.wikipedia.org

 

 

 요즘은 집 주변에서 까마귀 보기가 어렵다.

옛날에는 참 흔했는데 요새는 까치만 보이고 당최 눈에 띄질 않는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걸 눈치채고 산속으로 숨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닌 게 아니라 까마귀를 찾으려면 산으로 가면 된다.

산 위에 있는 군부대 주변에 많이 모여 살기 때문이다. 괴롭히는 까치도 없고, 잔반도 먹을 수 있으니 심신이 편해서 일 것이다.

또 거기선 사람이 그리워 까마귀라도 반갑게 맞아 준다.


 언제부터인지 까마귀는 흉조(凶鳥)의 상징으로 고착화된 듯하다.

보기만 해도 ‘재수 없는 새’가 돼버렸다. 뭘 잘 잊어 먹을 때도 까마귀를 들이대 핀잔을 준다.

심지어 군기 빠진 군인들을 비유하는 ‘오합지졸(烏合之卒)’에도 까마귀가 들어간다.


 까마귀가 이런 대접을 받을 만큼 나쁜 놈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까치가 전봇대에 집 짓고, 실과(實果)를 파먹고 하지 않나? 덩치만 컸지 맨날 까치한테 쫓기는데도 까치는 길조고 까마귀는 흉조라고 차별한다.


 옛날에는 까마귀를 반포지효(反哺之孝)라 하여 효의 표상으로 여겼다.

전설의 새인 다리 셋 달린 삼족오(三足烏)도 까마귀이다. 또 겉보기와 달리 속이 깊은 충절의 상징이기도 했다.

실제 지능도 매우 높아 침팬지 수준이라고 한다. 웃을 때 생기는 눈가의 주름도 ‘까마귀 발(crow’s feet)’이다.

 

<고구려고분벽화의 삼족오>, 출처: 한겨레


 까마귀는 그 색깔 때문에 괜한 미움을 받는 듯하다.

아무렴, 겉 희고 속 검은 인간보다야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