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원고지3장)

훈수의 3원칙

장 산 2021. 3. 12. 17:05

주변에 보면 여기저기 참견하기 좋아하는 별나게 오지랖 넓은 사람이 꼭 있다.

자기 딴에는 모르는 게 없다. 목소리도 크고 말발도 세서 멍하니 듣다가 보면 훅 휩쓸려갈 수 있다.

출처: 문화일보

 

참견(參見)’을 좀 점잖게 표현하면 훈수(訓手)’라고 할 수 있다.

본래는 바둑·장기판에서 구경꾼이 이래라저래라 한 데서 나온 말이지만, 일상생활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곤 한다. 오래전 그때나 지금이나 제삼자가 쓸데없이 끼어드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출처: 전북일보

 

훈수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가 재미있어서 한다이다. 두는 사람이 전전긍긍할 때, ‘여기 놔봐라’ ‘저기 둬라고 훈수를 둬보면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옛말에 훈수는 뺨 맞고도 둔다고 하지 않나.

무리에 섞여 막 소리치다 보면 내가 특별한 누구인 것 같아 엔돌핀이 막 솟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훈수란 게, 이 사람 저 사람 말이 다 다르고 심지어 한 사람 말도 이랬다 저랬다 한다.

자기 좋을 대로 그저 내뱉는 것이다. 혹시 훈수를 잘못 둬 지게 되더라도 자기는 전혀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무책임, 이게 두 번째 원칙이다.

 

훈수를 따랐다 낭패를 본 뒤 억울한 마음에 네가 해봐라고 하면, 훈수꾼 십중팔구는 내가 왜?’라고 할 것이다.

훈수야 입으로도 가능하지만 직접 하게 되면 자기 밑천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훈수는 실력과 무관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세 번째 원칙이다.

 

세상 살면서 좋은 훈수꾼 하나 두는 것도 큰 복()이겠구나 싶다.

신중하고 믿음직하며 게다가 능력까지 있는 훈수꾼이라면 얼마나 든든하겠나. 고마운 멘토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