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수필

프레임

장 산 2021. 3. 27. 10:06

출처:dotty.org

 

프레임(frame)은 틀 혹은 뼈대를 의미한다.

가장 흔한 프레임이 사진액자이다. 사람의 용모가 보기 좋을 때도 틀이 좋다고 표현한다. ‘와꾸’라는 일본어를 별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틀은 바깥을 보는 창에도 쓰인다.

창틀은 창의 크기를 결정하는데, 우리는 크든 작든 그 범위 안에 들어온 세상만 볼 수 있다. 그래서 창틀은 우리가 창을 통해 밖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반면에, 한편으론 우리의 시야를 제한하기도 한다. 틀에 고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할 땐 프레임이라는 단어를 굳이 번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걸 번역하면 의미 전달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굳어졌을 것이다. 말하자면, 프레임이란 영어단어가 외래어로 자리잡은 것이다.

 

프레임이라는 말을 가장 흔하게, 그리고 잘 사용하는 곳이 언론이다.

헤드라인에 임팩트 있는 단어를 선택해 한눈에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에 따라 구독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가끔 별 관심 없는 기사에 낚이기도 한다.

 

프레임에 관련된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어떤 여자가 밤에 술집에서 일하고 낮에 대학을 다닌다고 하면 칭찬을 듣지만, ‘낮에 대학 다니고 밤에 술집 나간다하면 욕먹는다는 것이다. 내용상 똑같은데도 완전 상반되게 인식하는 것이다.

 

프레임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 보이는 건 인간적 약점임에 틀림없다.

프레임을 네모로 짜면 네모로 보이고, 세모로 만들면 세모가 된다.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만든 사람이 어떤 의도로 프레임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실체는 프레임에 갇히고 만다.

마치 조삼모사(朝三暮四) 우화에 나오는 원숭이처럼 주인이 밥 주는 순서만 좀 바꿨을 뿐 본질적으로 같은데도 저 혼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군가 만든 프레임에 갇힌 줄도 모르고 부지불식간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누가 무슨 얘기를 하면, 우선 내가 보고 들은 게 다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남이 나를 멋대로 통제할 수 없다.

 

아무렴 원숭이 보다야 인간이 현명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