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쿼이아의 지혜
전남 담양은 대나무로 유명하지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하늘로 시원하게 뻗은 나무들이 길게 줄지어 선 길을 걷다 보면 정말이지 ‘기가 차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메타세쿼이아는 우리 고유의 수종은 아니다.
70년대 산림녹화용으로 수입된 외래종으로 생명력이 강해 화석 나무로도 불린다. 뒤틀리거나 갈라지지 않고 곧게 뻗어 30~40미터 높이까지 자라는데, 미국에는 수명 4000년에 높이가 80미터나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기껏해야 10여 미터 안팎인 보통의 나무들을 생각해 볼 때 대단한 크기가 아닐 수 없다.
무슨 힘으로 물을 그렇게 높은 곳까지 끌어 올리고, 또 어떻게 비바람을 견뎌 내는지 사뭇 놀라울 따름이다.
외형의 이미지와 달리 메타세쿼이아는 더디게 잎을 내서 늦게까지 푸름을 유지한다.
대부분의 잎 넓은 나무가 한참 연초록색을 띠고 있을 4월 중순에나 아주 작은 잎들을 조심스레 내놓으며 11월이 한참 깊어서야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아주 더디게 출발하지만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황소처럼 우직하다.
덩치에 비해 이 수종(樹種)은 비바람을 잘 견딘다.
웬만한 바람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참나무처럼 속도 실할 뿐 아니라 곧게 뻗은 하나의 중심 주변으로 잔가지들이 방사형으로 박혀 있어 무게중심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로 올라가면서 생장(生長)을 이끄는 하나의 중심가지로 수렴되는 안정적인 원뿔 모양을 이룬다.
소나무나 버드나무처럼 줄기가 갈라졌다면 보기에야 좋겠지만 크게 자라지도 또 오래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잔가지에 달린 잎들은 겉보기엔 하나처럼 보이지만 실은 3cm 내외의 작은 잎사귀들이 50여 개가 모여 하나의 큰 잎을 이룬다. 이렇게 해서 비바람을 분산시키고 광합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위험은 분산시키고 기회는 배가(倍加)하는 것이다.
가로수 길에 적합한 메타세쿼이아는 해충을 끌어들이지 않고 열매를 떨구지 않아 지저분하지 않다.
게다가 나무표면도 미끈해, 지나다 한 번 손을 대보면 아기 피부처럼 부드럽다. 거친 껍질로 사람들 손길을 뿌리치는 여느 나무들과 다르다.
쭉쭉 뻗어 아주 잘 생긴 이 나무는 그러나 홀로 있는 경우가 드물다.
크기가 크든 작든 서로 적당히 가지를 맞대어 의지하면서 함께 비바람에 맞선다.
서로 다른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상생(相生)하며 옆으로가 아닌 오로지 상방(上方)의 넓은 신세계를 지향한다.
하고 많은 나무들 중에서 메타세쿼이아가 높이와 생명력에서 최고가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 백 년도 채 못 사는 인간에겐 어느 것 하나 어림도 없겠지만 신중함과 배려, 균형감각은 자연이 주는 삶의 지혜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