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 노벨상
‘이그 노벨상(ig noble prize)'이라는 게 있다.
노벨상을 풍자해 하버드대의 한 잡지가 1991년에 제정한 것으로 우스운(ignoble) 연구나 업적을 대상으로 매년 노벨상 수상에 앞서 수여하는 상이다.
수상 부문은 의학, 물리, 화학, 생물, 문학, 경제, 평화, 환경 등 노벨상에 비해 다양하다.
지금까지 이 상을 받은 연구들을 살펴보면 기발하다.
예를 들면, ‘닭이 잘 생긴 사람을 알아보는지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라든가, ‘딸꾹질이 심한 사람에게는 직장 마사지가 특효’라는 것 등이다.
닭에 관한 실험은 ‘잘 생긴 사람’과 ‘못 생긴 사람’ 두 종류의 사진 위에 모이를 올려놓고 닭이 어디를 많이 쪼는지 통계를 냈더니 잘 생긴 사람 쪽을 많이 찾더라는 것이다.
또 이런 연구도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걸 증명하여 ‘더닝 크루거(Dunning-Kruger) 효과’로 명명된 것도 있고, ‘오줌을 참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쁜 결정을 한다’는 증명도 있다.
우리의 ‘거시기’처럼 ‘어?(Huh?)’가 대인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증명하여 상을 받기도 했고, ‘토스트를 떨어뜨리면 버터를 바른 면이 아래로 해서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할 일 없고, 얼렁뚱땅 사는 사람들이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이들은 자기 분야에서 오래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 활동을 해 온 전문가들로서, 단지 이런 연구들은 그들 나름의 ‘지적 유희’인 셈이다.
‘떨어지는 토스토 조각 연구’만 해도 그렇다. 토스트를 9800여 회나 떨어뜨려 얻은 결과였고, 베르누이 정리·만유인력 법칙·맬서스 인구이론·가우스 법칙 등 모두 175개의 공식이 등장한다고 한다. 어떤 연구는 생전에 못다 마쳐 고인이 돼서 수상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상의 상금은 없다.
부상도 실생활에 별 소용이 없는 기발한 것들이다. 시상식도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재미있는 말들로 넘쳐나 엄숙하지가 않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반복할 수 없거나 반복돼서는 안 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선도적으로 천착했다는 것에 전문가적 희열을 느낀다.
이그 노벨상 수상자들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면서도 우습게 봤던 일들을 우습지 않게 풀어낸 사람들이다.
그들은 결코 쉽지 않은 연구를 비전문가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쿨(cool)하게 표현하는 데도 대단한 재주가 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그들이 지금 우리들 곁에 있으면 별 보잘것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옛날 목욕탕에서 늘 빈둥대는 것처럼 보이던 늙은이가 저 혼자 외쳤던 ‘유레카(eureka)’를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우리가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로 알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어렵고 복잡한 일에 매여 있으면서도 주변 사람을 편하게 하는 사람은 참 존경스럽다.
절벽에 서있어 더 아름다운 낙락장송(落落長松)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