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원고지3장)

나는 누구일까?

장 산 2021. 1. 12. 15:36

  요즘 나훈아의 ‘테스 형’이 화제다.

익숙한 멜로디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인 데다,

소크라테스를 소재로 삼은 기발함이 맞아떨어진 결과이지 싶다.

 

알려진 대로,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 철학의 핵심이다.


  더러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온전히 1분도 지켜보기 힘들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금방 딴 데로 샌다. 내 의지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때는 분명 나 같은데,

무시로 생각들이 들고 날 땐 누가 시켰는지 헷갈린다.


  간밤에 꾼 꿈을 얘기하는 건 나이지만,

그 꿈의 스토리를 만드는 건 말하는 내가 아니다.

기절했을 때 죽지 않도록 숨 쉬게 하는 것도 내 의지와는 무관하다.

야구배트를 휘두르는 건 나지만, 공을 치는 마지막 순간을 보는 건 눈 감은 내가 아니다.


  내가 내세우는 어떤 가치관, 싫어하는 사람의 특정 스타일은 정말 객관적으로 사실일까?

부지불식간에 내게 익숙해진 것들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진 않을까?

내가 끼고 있는 안경 색깔을 혹시 나만 모르는 건 아닐까?


  아들러(Alfred Adler)는 ‘인생의 거짓말’을

자기가 처한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남 탓’,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하는 거짓말을 진짜라고 믿고 있는 건 누구보다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 형!’

<소크라테스>,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