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원고지3장)

아프니까 노인이다

장 산 2021. 1. 13. 17:46

 노인을 본다.

눈꼬리가 처지고 눈은 휑하다. 허리는 구부정하고 행동이 굼뜨다.

주름진 얼굴엔 검버섯이 폈다. 치아가 빠지고 입도 합죽하다.

손마디엔 뼈만 도드라지고 얼굴엔 감정을 읽을 수 없다.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혈압약은 매일 먹어야 되고, 허리와 무릎 관절은 사시사철 아프다.

틀니는 냄새나고 잇몸을 짓누른다. 눈은 침침하고 귀도 어둡다.

소화도 안 되고 입맛도 사라졌다. 그저 매일 한 움큼 씩 약 먹는 게 일이다.

 

 

 기억력이 떨어져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치매나 아니면 그래도 다행이다. 점점 먹고, 입고, 움직이는 것마저 뜻대로 안 된다.

진짜 두려운 건 가까운 사람에게 버림받는 것이다.

큰 병이라도 걸리면 가족에게도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된다.

 

 

 노인은 죄가 없다.

청춘이라 방황한다면 늙고 병들어서 노인이다. 아무도 그러고 싶어 그리된 노인은 없다.

이가 빠져 틀니를 하는 것이고, 허리가 구부러지니 지팡이를 짚는 것이다.

다리에 힘이 없으니 낙상하고 또 오줌을 지린다.

 

 

 ‘늙었으니 당연하다’는 논리는 노인을 아프게 한다.

마음엔 나이가 없어 더 그렇다. 노인도 한때 청년이었듯이 젊은이도 언젠가 노인이 된다.

 

 

 늙은 게 죄라면 우리 모두 죄인이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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