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의세상과수필하기 77

나쁜 친구들

한 때 ‘나쁜 사람’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한 마디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는 얘기이다. 최악의 케이스는 자기가 뭘 잘못한지도 모를 때이다. 그럴 땐 누구라도 버릇을 좀 고쳐줘야겠다 싶을 것이다. 최근 들어 친구들의 행태가 영 못마땅하게 느껴진다. 친구랍시고 되지도 않는 말을 멋대로 지껄이며 마음에 상처를 준다. 이랬다 저랬다 변덕이 죽 끓듯 하고, 틀린 걸 지적해 줘도 들어 먹질 않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게 없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친구라고 참아 왔다. 뭐라고 해도 대꾸 안 하고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넘어갔었다. 황당한 건, 그랬더니 그걸 모르고 좋다며 더 찾더라는 것이다. 아니, 말 같지 않은 얘길 하면서 눈치까지 없으니 어떻게 따지지 않고 넘어갈 수 있겠나. ‘참 나쁜 친..

일반 수필 2021.07.30

인조인간

어릴 적 인기 만화영화 중에 ‘마징가 Z’란 게 있었다.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아 제트...’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였다. 한참 지나서야 우리 영화가 아니란 걸 알았지만, 아무튼 그땐 참 재미있게 봤었다. 근데, ‘마징가 Z’는 인조인간이라곤 하지만 사실 인간의 모습은 아니다. 진짜 인조인간은 인간의 몸에 기계를 결합한 사이보그(Cyborg) ‘6백만 불의 사나이’ 쯤 될 것이다. 그 사나이는 사고로 다친 왼쪽 눈, 오른팔, 두 다리를 기계로 대체했다.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일 때 나는 '츠츠츠츠’ 소리는 놀라운 그의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물론, 그래서 돈이 좀 비싸게 들었다. 최근에, 6백만 불(dollar)에 비하면 소박하지만 치아 임플란트를 하나 심었..

고맙다는 마음 내기

살면서 ‘당신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크든 작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 대견해 사는 힘이 생길 만도 하다. 남에게 베푼 선(善)이 다시 좋은 영향으로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선순환(善巡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설령 이런 말들은 나와 상관없는 경우라도 듣기 좋다.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말의 온기(溫氣)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순간적이나마 자신도 그런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언젠가 지인들 몇몇이 등산을 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최근에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락이 없어 잊고 지내던 사람이 찾아와 놀랍고 고마..

일반 수필 2021.06.24

조용한 카페에서 책읽기

가끔 조용한 커피숍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집에서보다 집중도 잘 되고 분위기 있는 음악도 흘러 마음이 편하다. 적당히 구석진 곳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면서 독서를 하다 보면 만족감이 높아진다. 일종의 아지트인 셈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심히 방해를 받는 일이 있었다. 그날도 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데 후질그레한 모습을 한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 들어왔다. 모두 4명이었는데, 하나같이 크고 작은 테니스 백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테니스를 치고 온 것 같았다. 행색을 보니 어림짐작은 되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자리에 앉자마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주문부터 고함을 지르더니 테니스 얘기로 넘어가자 서로 ‘내가 잘했네, 니가 잘했네’하며 허풍 베틀을 하는 것 같았다. 아주..

질문과 대답

옛날 학창 시절에 들었던 ‘질문을 잘하는 학생이 공부도 잘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보통 대다수 학생들은 이해가 안 돼도 그냥 넘어가는데, 공부 잘하는 애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꼭 질문한다는 것이다. 사실이지,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궁금한 것도 자꾸 생길 것이다. 도통한 사람이나 마법사들은 질문을 통해 상대의 도력(道力)이나 마력(魔力)을 가늠하곤 한다. 자기만 알 것 같은 질문을 던져 알아채는지를 보고 상대의 수준을 짐작하는 것이다. 80년대 영화 에도 마법사 멀린(Merlin)이 이상한 질문을 계속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도통했다면 같은 과정을 겪었을 테니 뭔 말인지 알 거라는 의미이다. 선문답(禪問答)에서 화두(話頭)를 툭 던지고 그걸 받아내면 또 다른 문제를 내고 하는 것과 같다. 그 정도는 아..

일반 수필 2021.06.03

법 없이도 살 사람

요즘 어디나 CCTV 없는 곳은 없다. 음식점·커피숍·학원·버스·지하철 등 실내는 물론이고, 길거리에도 웬만한 곳엔 전부 설치돼 있다. 또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필수 품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제 실내외 어느 곳에 있든 촘촘하게 설치된 감시망을 절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장비들은 사람이 볼 수 없는 걸 보여준다. 사람은 눈이 두 개뿐이어서 시야가 제한되지만 이것들은 360도를 다 볼 수 있다. 그것도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게다가 잠을 안 자는 건 물론이고 눈도 깜빡하지 않으며 24시간 내내 일을 한다. 삼복더위나 엄동설한도 상관없다. 이런 이유로 간혹 착한 사람들 중에는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한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남한테 나쁜 짓 할 생각 눈곱만큼도 없는데 내 행동이 감시당하는 듯해 기분이 좋..

일반 수필 2021.05.25

가로수 가지치기

길을 가다 보면 한창 잎이 무성해지는 5월인데도 가로수 가지치기하는 걸 종종 보게 된다. 가지들이 싹둑 잘려나가 굵은 가지만 덩그러니 남아 마치 겨울 나목(裸木)을 보는 것 같다. 너무 심하게 잘라 미관도 안 좋을뿐더러 왠지 마음까지 불편해 심히 보기가 좋지 않다. ‘가로수 가지치기를 왜 할까?’ 자문해 본다. 두말 할 나위 없이 나무가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병충해를 차단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자란 잔가지를 제거해 나무가 전체적으로 튼실히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이다. 거리에 심은 가로수이니 지나는 사람들이 보기 좋으라고 할 수도 있다. 잘 정돈된 나무가 가로수로 있는 게 목적에 맞을 것이다. 빗질을 하지 않은 더부룩한 머리보다야 모양 좋게 스타일링한 게 좋아 보이는 건 인지상정이다. ..

일반 수필 2021.05.05

추월차선에서 정속 운행하기

고속도로에는 신호등이 없다. 목적지까지 정지할 필요 없이 신속하게 갈 수 있도록 만든 도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거리도 없고 횡단보도도 없다. 일단 고속도로에 진입하게 되면 직진만이 허용된다. 단점이라면, 앞차가 막히면 오도 가도 못하고 같이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유턴도 안 되고, 옆길로 빠지지도 못한다. 무조건 딱 내 앞차가 허용해 주는 속도만큼만 나도 움직일 수 있다. 내차가 벤츠고 앞차는 똥차라도 우선권은 앞차에 있다. 고속도로에서 1차선은 추월차선이다. 2,3차선에서 주행하다가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서만 1차로로 들어설 수 있다. 말인 즉, 주구장창 1차선에서 달리는 건 불법이라는 의미이다. 주로 주행 차선을 달리다가 필요시에 잠깐 추월차선으로 들어와야 한다. 가끔 보면 뒤차들이 얼마나 밀렸는..

일반 수필 2021.05.03

누렁이를 그리며

집 근처에 있는 연립주택을 지날 때마다 누구 생각이 슬그머니 일어나곤 한다. 옛날 그 자리엔 마당이 넓은 허름한 기와집이 있었다. 주위엔 진즉 현대식 고급 연립주택이 들어서 있었고, 한동안 그 집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더랬다.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그 집을 누렁이 한 마리가 지키고 있었는데, 대문은 늘 닫혀 있었다. 높지 않은 담 너머의 마당은 매일 똑같은 모습처럼 보였다. 그래도 개가 있는 걸로 봐선 눈에 띄지 않게 사람들이 들락거릴 거라는 짐작은 되었다. 집을 지킨다고 하지만, 황구(黃狗)도 찾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맨날 제 집에서 조는 게 일이었다. 가끔 장난기가 동할 땐 담너머로 얼굴을 내밀고 ‘누렁아, 또 자냐?’하고 놀리곤 했다. 그러면 자다가 나와선 눈을 껌벅거리며 컹컹 짖기 시작했다. 처음..

일반 수필 2021.04.29

로베스피에르와 단두대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 하면 왕정(王政) 대신에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공화정(共和政)을 건설하기 위해 공포정치를 펼쳤던 프랑스 혁명가로 알려져 있다. 검소한 생활과 확고한 신념으로 한 때 국민의 지도자가 되어 급진개혁을 주도하였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반혁명 분자를 처형했던 그 방식대로 단두대(guillotine)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함으로써 다양한 정적들로부터의 도전을 비켜가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남은 건 자신의 정치 이상(理想)인 공화정도 아니고, 자기의 온전한 육신도 아니었다. 시대의 격변기에 누구보다 조심하고 고심하며 살았을 테지만 결국 그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역사의 급류(急流)에 ..

일반 수필 202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