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인지, 요즘 들어서 갖고 다니던 물건을 어디 놔두고 오는 버릇이 사라졌다. 금방 옆에 두고서 일어서면 홀라당 잊어 먹곤 했었다. 비올 때 멀쩡한 우산 버리고 일회용으로 다시 산 게 부지기수였고, 핸드폰도 몇 번을 놓고 왔는지 모르겠다. 우산이야 뭐 그렇다 쳐도 핸드폰을 놔두고 오면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대부분은 아는 곳에 두고 와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지만, 그래도 그 시간 동안은 ‘혹시나’ 할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물건을 담았던 작은 봉지도 자주 버리고 왔다. 잘 뒀다 가져가야지 하면서 고이 두고선 돌아서면 깜빡 잊어버렸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앉았다 하면 들고 온 걸 까먹는 게 일이었다. 이랬다가 기막힌 요령이 생긴 것이다. 갑자기 정신이 돌아온 것도 아니고, 누구 도움을 받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