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의 세상과 수필하기 2

중요한 물건

다행인지, 요즘 들어서 갖고 다니던 물건을 어디 놔두고 오는 버릇이 사라졌다. 금방 옆에 두고서 일어서면 홀라당 잊어 먹곤 했었다. 비올 때 멀쩡한 우산 버리고 일회용으로 다시 산 게 부지기수였고, 핸드폰도 몇 번을 놓고 왔는지 모르겠다. 우산이야 뭐 그렇다 쳐도 핸드폰을 놔두고 오면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대부분은 아는 곳에 두고 와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지만, 그래도 그 시간 동안은 ‘혹시나’ 할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물건을 담았던 작은 봉지도 자주 버리고 왔다. 잘 뒀다 가져가야지 하면서 고이 두고선 돌아서면 깜빡 잊어버렸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앉았다 하면 들고 온 걸 까먹는 게 일이었다. 이랬다가 기막힌 요령이 생긴 것이다. 갑자기 정신이 돌아온 것도 아니고, 누구 도움을 받지도..

적자생존

뉴스를 보다 보면 회의 참석한 여러 사람들이 열심히 기록하는 광경을 흔히 목도(目睹)하게 된다. 모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눈을 지그시 내리깐 채 마치 착실한 학생들처럼 열심히 받아쓰기를 한다. 대게 이런 회의는 머리카락이 얼마나 머리에 가지런하게 붙어 있느냐에 따라 엄숙함이 갈린다. 전형적인 2:8에 기름을 반지르르하게 발라서 딱 눌렀다면 십중팔구 최고등급이다. 한우로 치자면 투 뿔(1++)이다. 복장은 양복에 넥타이를 맸거나 민방위복 혹은 군복처럼 통일된 복장을 갖춘 회의에서 이런 경우가 많다. 또, 사회적으로 이목을 끄는 조직이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도 자주 그렇다. 재미있는 것은, 의외로 회의 주관자는 ‘꼭 적을 필요는 없다’라는 말을 진짜처럼 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중간중간 그걸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