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원고지3장)

중요한 물건

장 산 2021. 9. 7. 17:30

다행인지, 요즘 들어서 갖고 다니던 물건을 어디 놔두고 오는 버릇이 사라졌다.

금방 옆에 두고서 일어서면 홀라당 잊어 먹곤 했었다. 비올 때 멀쩡한 우산 버리고 일회용으로 다시 산 게 부지기수였고, 핸드폰도 몇 번을 놓고 왔는지 모르겠다.

 

우산이야 뭐 그렇다 쳐도 핸드폰을 놔두고 오면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대부분은 아는 곳에 두고 와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지만, 그래도 그 시간 동안은 혹시나할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물건을 담았던 작은 봉지도 자주 버리고 왔다.

잘 뒀다 가져가야지 하면서 고이 두고선 돌아서면 깜빡 잊어버렸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앉았다 하면 들고 온 걸 까먹는 게 일이었다.

 

이랬다가 기막힌 요령이 생긴 것이다.

갑자기 정신이 돌아온 것도 아니고, 누구 도움을 받지도 않았다. 잊어 먹을 수가 없게 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 중요한 물건을 잊어버릴 것 같은 물건에 그냥 매어 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물건은 항상 착용하고 다녀야 돼 이것 없이는 어디에도 갈 수 없다.

혹시 내가 잊어 먹더라도 꼭 누군가 알려 준다. 심지어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돈까지 받을 수 있다. 온 국민이 누가 간첩인지 서로 감시하던 시절과 비슷하다. 

 

ⓒ의협신문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갈 때도 예외가 없다.

커피숍에서도 뭘 마실 때를 제외하곤 다시 착용해야 한다. 코가 나오게 대충 착용해선 안 되고, 가족끼리 있을 때도 밖에선 껴야 된다. 이제 지구 상 어디에 있든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이런데 어떻게 잊어 먹겠나.

코로나 덕분에 좋은 일도 있구나 싶다. 그냥 혼자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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