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혈연으로 엮인 아주 가까운 사이이다.
안 그런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한 배에서 나 젖먹이 때부터 함께 한다. 강아지들이 꼬물꼬물 티격태격하며 성장하듯이 그렇게 형제애가 깊어지는 건 인간도 마찬가지이겠다.
대체로 형과 동생은 두세 살 터울이 많다.
나이차가 많이 나면 동생 입장에서는 형이 아니라 삼촌이나 아버지 같이 느껴질 수 있다. 형님이라고 부르기가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홍길동 같은 일이 지난여름 있었다.
선후배 몇 명이 등산을 하던 중이었다. 사전에 체온 재는 것도 난생처음이었고, 그냥도 숨이 찬데 마스크까지 끼니 죽을 맛이었다. ‘내가 왜 왔나’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산 중턱에서 잠깐 휴식할 때 누군가 팔순을 바라보는 대선배에게 덕담을 했다.
“아이고 형님, 아직 정정하시네요. 아무개가 회장 할 때까지 산행하셔도 까딱없겠습니다” 하며 103회 막내를 인사시켰다.
대선배가 “어, 그래야지”라고 대답하시더니 곧 겸연쩍은 듯 “쟈가 회장 되려면 앞으로 30년인데 내가 그때까지 살겠나” 하셨다. 말리는 시누이처럼 중간에서 꼭 농간을 부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라, 영락없이 재미를 좀 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여기까진 그렇다 쳐도 대선배님을 형님이라 부르라고 한건 좀 과했다 싶었다.
딴 데선 안 되지만 여기선 괜찮다는 것이다. 막내가 그래도 눈치는 있어 그냥 웃기만 하고 ‘형님’이라 부르진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대선배님도 싫지 않은 표정으로 “니 아부지 몇 살이고?” 물으시는데, 아버지 하고도 근 20년 가까이 차가 났다.
사실, 난처한 건 막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반백년이나 차이 나는 할아버지 보고 형님이라 부르라고 부추겼으니 말이다. 아버지라 그래도 무서울 판에 형이라니,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마음이야 오죽하겠나.
하여튼 말도 안 되는 진지한 농담 덕분에 산에는 잘 올라갈 수 있었다.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니 한 가족이 된 듯했다. 모두 한 아버지 밑에 자란 형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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