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조용한 커피숍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집에서보다 집중도 잘 되고 분위기 있는 음악도 흘러 마음이 편하다. 적당히 구석진 곳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면서 독서를 하다 보면 만족감이 높아진다. 일종의 아지트인 셈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심히 방해를 받는 일이 있었다.
그날도 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데 후질그레한 모습을 한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 들어왔다. 모두 4명이었는데, 하나같이 크고 작은 테니스 백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테니스를 치고 온 것 같았다.
행색을 보니 어림짐작은 되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자리에 앉자마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주문부터 고함을 지르더니 테니스 얘기로 넘어가자 서로 ‘내가 잘했네, 니가 잘했네’하며 허풍 베틀을 하는 것 같았다. 아주 신이 날대로 난 모습이었다.
순간 집중이 안 되면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어디서 불한당 같은 사람들이 들어와 남에게 피해를 주나 싶었다. 당장이라도 ‘그 좀 조용히 합시다’라고 하고 싶은데 천연덕스럽게 떠드는 모습에 그럴 엄두가 안 났다.
더 웃기는 게,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도 하는 얘기들이 귀에 쏙쏙 박혔다.
그렇게 한번 주파수를 맞추니 눈만 책에 있을 뿐 생각은 온통 소리에 붙잡혀 버렸다. 그렇게 듣다 보니 나도 한패가 된 것 같았다.
어쨌거나, 책 읽기는 틀린 것 같아 도서관으로 옮길까 하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라 도로 앉고 말았다.
도서관은 책 읽는 곳이니 조용한 게 당연하지만, 카페가 그런 곳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차 마시며 떠드는 게 정상 아닌가?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원망의 마음이 쓱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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