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원고지3장)

비디오 킬드 라디오 스타

장 산 2021. 5. 10. 18:54

<buggles>, 출처:위키피디아

 

 아시다시피, 이것은 80년대 한 때 유행했던 팝송 제목(Video killed the Radio star)이다.

말 그대로 20세기에 만들어진 비디오로 인해 귀로 듣는 라디오의 스타가 사라졌다는 안타까움을 표현한 노래이다.

 

 대부분의 뮤직 비디오에는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은 가수가 신나는 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나온다.

자극적인 움직임과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점점 빠져들어 나중엔 보는 내가 없어진 느낌이 든다. 주체는 사라지고 대상만 남는 것이다.

 

 만일 똑같은 노래를 조용한 시간에 라디오로 듣는다면 분명 느낌이 다를 것이다.

아마 그 노래가 뇌를 자극해 지나간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게 될 수도 있다. 보는 사람 의사(意思)에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뇌에 자극을 가하는 비디오와는 달리 확실히 은근하고 품위 있게 다가온다. 자기가 주체가 되어 상상하고, 스스로 그 감정에 충실한 기억들을 끄집어내게 도와준다.

 

 화려한 영상과 빠른 화면전환은 자율적 판단기능이 작동할 여지를 없애버린다.

자극이 강하면 강할수록 현혹되기 쉽다. 간접적이고, 고차원적이며,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대신에 직접적이고, 저차원적이며, 주어진 대상에 단순히 반응하도록 만든다.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로봇처럼 되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지만, 현대에서는 보이는 게 사실이 아닌 게 너무 많다.

사진도 포샵해 원본과 다를 수 있고, 가상현실을 통해 아예 없는 현실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내실보다도 보여주기에 또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쓰고 있나. 점점 눈에 보이는 것에 더 의지하며 상상하고 반추(反芻)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듯하다.

 

 내일 비가 올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볼 수 있지만, 할머니의 신경통 앓는 소리를 통해 아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정겹지 않은가.

'짧은 수필(원고지3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뛰어가나 걸어가나  (0) 2021.06.11
조용한 카페에서 책읽기  (0) 2021.06.06
아침의 웃음소리  (0) 2021.05.08
인생은 발전기와 같다  (0) 2021.05.07
완벽한 사람은 없다?  (0) 2021.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