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학창 시절에 들었던 ‘질문을 잘하는 학생이 공부도 잘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보통 대다수 학생들은 이해가 안 돼도 그냥 넘어가는데, 공부 잘하는 애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꼭 질문한다는 것이다. 사실이지,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궁금한 것도 자꾸 생길 것이다.
도통한 사람이나 마법사들은 질문을 통해 상대의 도력(道力)이나 마력(魔力)을 가늠하곤 한다.
자기만 알 것 같은 질문을 던져 알아채는지를 보고 상대의 수준을 짐작하는 것이다. 80년대 영화 <엑스칼리버(Excalibur)>에도 마법사 멀린(Merlin)이 이상한 질문을 계속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도통했다면 같은 과정을 겪었을 테니 뭔 말인지 알 거라는 의미이다. 선문답(禪問答)에서 화두(話頭)를 툭 던지고 그걸 받아내면 또 다른 문제를 내고 하는 것과 같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도 평범한 질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복잡한 게 형이상학(形而上學)이라면 이건 단순하니 확실히 형이하학(形而下學)이라 할 만하다. 그럼, 유치할 수도 있는 질문들을 단도직입적으로 시작해보자.
서울 가 본 사람하고 안 간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부모와 자식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남 배려하는 사람과 자기 것만 아는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어른과 어린애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착한 사람이 사기꾼하고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해심 많은 사람과 속 좁은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많이 아는 사람하고 하나만 아는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목소리 큰 사람이 조용한 사람하고 싸우면 누가 이길까?
멀쩡한 사람하고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도를 깨우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서로 진짜 엄마라고 우기는 여자 둘이 어린 자식의 팔을 각각 한쪽씩 잡아당겨 친엄마를 가린다면 누가 이길까?
어떤 답이 나올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대게는 생각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살다 보면 이런 경험 한두 번은 겪어 봤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쯤 되면 질문이 왜 이런지도 눈치챘을 법하다.
십중팔구 이런 경우, 이기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 조롱과 동정(同情)의 대상으로 전락하곤 한다.
하나같이 자기는 맞고 남이 틀려서 이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을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다 아는 이유를 자기만 모르는 것이다.
혹 생활하면서 늘 이기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의 뒷모습이 어떻게 보일까를 한번 고민해 보는 게 좋다.
당장에 이긴 게 나중에 두고두고 부끄러울 수도 있어 더욱 그렇다. 본인은 앞만 보고 달리니 모르겠지만 뒤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못 보는 이면을 볼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살다 보면 앞보다 뒤를 조심해야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앞은 눈이라도 있지만 뒤는 볼 수가 없어 된통 당할 수 있다. 자기의 눈은 본인이 보고 싶은 것을, 그것도 반쪽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혹시 누구하고 서울 얘기하다 진짜 갔다 온 사람 만나면 흔쾌히 들어주는 게 좋다. 괜히 아는 척하다가 촌놈이란 걸 티만 낼뿐이다.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질문하여 문제를 해결하듯이 지혜는 반복적인 자문(自問)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상대를 이긴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절대 아니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수많은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가듯이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때 자신의 모습이 보이게 된다.
답을 찾으려면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이 없으면 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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