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수필

고맙다는 마음 내기

장 산 2021. 6. 24. 15:54

출처: 화성저널

 

 

 

 살면서 당신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크든 작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 대견해 사는 힘이 생길 만도 하다. 남에게 베푼 선()이 다시 좋은 영향으로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선순환(善巡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설령 이런 말들은 나와 상관없는 경우라도 듣기 좋다.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말의 온기(溫氣)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순간적이나마 자신도 그런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언젠가 지인들 몇몇이 등산을 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최근에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락이 없어 잊고 지내던 사람이 찾아와 놀랍고 고마웠다고 한다.


 그런가하고 무심히 듣고 있는데, 나이가 좀 드신 한 분이 허허, 고맙구로. 참 고맙네하면서 자기 일처럼 혼잣말 비슷하게 하는 것이었다.

짧은 몇 마디였지만 건성으로 하는 말 같진 않았다. 아마 그간의 인생 경험으로 그게 어떤 상황인지 마음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고맙다는 말을 그 타이밍에 그렇게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희한하게 당사자가 말할 때보다 더 공감(共感)이 되고 따뜻하게 들렸다. 욕이나 칭찬은 역시 간접적으로 들을 때 파급효과가 크다는 게 맞는 듯했다.


 말에도 힘이 있는 게 분명한 것이, ‘고맙다는 말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걸 듣는 사람들까지 존재의미를 느끼게 한다.

성인(聖人)들에게서 전해지는 아우라(aura)의 청각 버전이라고나 할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평소 고맙다는 말에 좀 인색했구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마운 마음은커녕 맨날 불평만 늘어놓았다. 못 믿을 세상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누가 나쁜 놈인지 구별하기 바빴다.


 생각해 보면 작은 마음이라도 따뜻이 힘써주는 사람이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지 않겠나.

가족이든, 친구든, 혹은 직장동료나 이웃이든 복잡한 세상에서 마음의 위안이 되는 고마운 인연이 없을 수 없다. 해가 밝은 대낮에는 별이 보이지 않듯이 다만 그 고마움을 간과(看過)했을 뿐이다.


 금이나 돈은 정해진 가치가 따로 있겠지만, 고마운 마음은 크든 작든 모두 소중하다.

마음을 내는 사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쪼개서 쓸 수 있는 물건과 달리 마음은 나눌 수 없기에 작은 선()이라도 똑같이 귀하다.


 ‘좋은 일이 있어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 좋은 일이 생기더라라는 말도 있듯이, ‘고맙다는 말을 함으로써 고마운 일이 진짜 생길지 모른다.

'고맙다'는 말에는 '당신은 신이다'라는 뜻이 있다는데 그 마음을 누가 외면하겠나. 다만 그 마음 내기가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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