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高手)란 어느 한 분야에서 실력이나 기술이 뛰어난 사람을 말한다.
바둑, 당구, 테니스, 골프 등 어떤 분야, 어디든 고수는 있다. 흔히 그 분야에서 ‘귀신’ 소리 듣는 사람들이다.
고수도 물론 상대적 개념이다.
당구 30의 초보자에게는 한 100만 돼도 ‘귀신’ 같아 보이겠지만, 300 당구에겐 그도 만만한 하수(下手) 일 것이다. 바둑은 수(手)가 무궁무진해 급수에 따라 천지차가 난다.
하수가 못 보는 걸 고수는 볼 수 있다.
바둑의 ‘한 수 앞을 못 본다’는 말은 흔히 일어나는 일상다반사다. 고수 눈에는 빤히 보이는데도 하수는 미궁을 헤맨다. 배치된 당구공은 누구에게나 똑같지만 그걸 칠 수 있는 길은 다르게 보인다. 알려준다고 바로 이해도 안 되지만 설령 안다 해도 실행 가능성은 완전 별개이다.
하수들 중에는 가르쳐 준 사람을 도리어 원망하는 경우도 있다.
놓인 배열이 얼마나 어려운 지, 그걸 성공하는 게 어느 정도 힘든지 분간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단맛을 보려면 컵 속의 설탕이 녹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모른다. 자기의 부족함을 아는 하수가 있다면 그는 이미 하수가 아니다.
아무나 고수가 되는 건 아니다.
재미없고 외로운 ‘절대 시간’을 견뎌내야 가능하다. 하나같이 그렇다. 그들은 모두 그렇게 겸손한 고수가 된다. 주위의 만만해 보이는 고수도 다 그런 사람들일 게다.
고수는 늘 하수 눈에만 자기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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