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며 보낸 세월, 내게 남겨진 것은 당신의 사진 한 장뿐입니다. 뒤돌아보면 그 가혹한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무 살에 결혼하여 미처 신혼살림을 차리지 못하고 큰댁에 머물면서 지내던 어느 날, 전쟁과 함께 학도병으로 징집된 후, 상주 상산초등학교서 잠시 머물면서 군인들 인파 속에 고향을 지나면서도 부모님께 인사조차 드리지 못하고 떠나는 그 심정 어찌하였을까요? 전장의 동료에게 전해 받은 쪽지 한 장뿐,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떠난 후 몇 달 만에 받은 전사 통지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었지요. 10년을 큰댁에 머물면서 그 많은 식구들 속에 내 설 자리는 없었습니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내가 살아 무엇 할까, 죽고 싶어 식음을 끊고 지내면서도 친정 엄마 생각에 죽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