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골 마을에 물맛이 좋은 우물이 있었다. 어느 마을이나 그런 우물 하나 없겠나 마는 하여간 그랬다. 뽕나무 뿌리가 우물로 뻗어 있었고, 앵두나무도 그 옆에 한 그루 있었다. 여름날 우물가는 동네 사람들 만남의 장소였다. 물도 긷고 채소도 씻으며 가끔은 등목도 했는데, 그렇게 모이면 금방 우물가가 왁자지껄해졌다. 옛 노래에도 나오듯이 앵두나무 우물가에 처녀총각들이 대놓고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우물은 그저 3~4미터 정도로 깊진 않았지만, 다들 피부가 좋은 건 이 우물 때문이라고 얘기하곤 했었다. 찬물에 밥 말아 된장에 고추 찍어 한 끼를 때우던 시절에 우물은 좋은 반찬이자 귀한 줄 모르고 막 썼던 생명수였다. 그런 우물이 80년대 상수도 공사로 집집마다 수도관이 설치되면서 어느 쯤엔가 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