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어른이 돼도 ‘절대 저렇게 되진 않겠다’고 했던 다짐이 둘 있었다. 물론, 장래희망은 그 또래 아이들처럼 따로 있었다. 두 가지 모두 일견(一見) 너무 쉬운 것이었다. 하나는 배가 불룩하게 나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목욕탕에서 절대 때밀이에게 몸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는 작정(作定)이었다. 얼핏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 딴에는 이유가 있었다.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툭 튀어나온 배는 경제력의 상징이자 사람의 지위를 결정하는, 말 그대로 ‘인격(人格)’이었다. 요즘 같아서야 건강을 위해 없애야 될 지방덩어리에 불과하지만, 당시에는 자랑할 만한 꽤 ‘괜찮은 물건’이었다. 말쑥한 양복에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은 배 나온 사장님이라면 시쳇말로 껌뻑 죽던 시절이었다. 부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