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하버드 대학 교수인 저자가 자신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만큼 공정(公正)에 민감하다는 소리일 것이다. 아파트 인근 편도 1차선 도로에서 마주 오는 차 때문에 순간적으로 움찔했던 일이 있었다. 불법 주차한 차들로 인해 중앙선을 침범할 수밖에 없었는데, 맞은편 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분명히 느낌상으론 들이미는 기분이었다. 차를 급히 정지하면서 옆으로 바짝 붙어 비켰는데 은근히 화가 났다. 누굴 꼭 죄인 취급하는 거 같아서다. 자기는 정당한 권리가 있으니 ‘중앙선을 침범한 네가 비켜라’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럼, 이미 무단 주차한 차들이 엄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