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고향에 다녀와서는 ‘부친이 변덕스럽게 화를 내시더라’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맨날 묻지 않아도 지 아부지 자랑을 하던 친구가 갑자기 딴 얘기를 하니 좀 의아했다. 건강은 아직 괜찮으시다니 그건 아닌 것 같고, 용돈도 자주 드린다니까 그것도 아닐 텐데 뭐가 마음에 안 드셨을까 싶었다. 친구 얘기는 이랬다. 17년 전에 자동차를 한 대 사 드렸다는 것이다. 지금껏 잘 타고 다니면서 동네에서 ‘아들 잘 둬 호강한다’는 얘길 듣고 하셨던 모양이다. 볼일이 생기면 가까운 곳이라도 어떻게든 차를 몰고 나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태워주면서 자식 자랑을 빼놓지 않고 하셨을 게 눈에 선하다. 그러던 와중에 어느 날 차를 가져가라고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80대 중반의 나이까지 잘 탔는데 눈이 침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