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에 시간이 급해 약속 장소로 좀 뛰어가야 했던 적이 있다. 택시 타고 가기도 애매한 거리여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달리다 숨이 차면 다시 걷고 그러다 또 뛰고 그렇게 허겁지겁 목적지로 향했다. 바쁘게 뛰어가는데 앞에서 웬 노인네가 천천히 걸어가는 게 보였다. 옆으로 지나가자니 가로수 때문에 길이 좁아 보여 좀 걸거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노인을 지나쳐 바삐 왔는데 하필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그때 막 빨간불로 바뀌어 버렸다. 열도 나고 마음도 급했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도리(道理)가 없었다. 신호등이 바뀌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고개를 돌리는데, 아까 그 노인네가 옆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순간적으로 허탈감이 치밀어 올랐다. 뛰어 오나 걸어오나 똑같아져 헛일 한 셈이니 내 딴에는 그럴 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