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본다. 눈꼬리가 처지고 눈은 휑하다. 허리는 구부정하고 행동이 굼뜨다. 주름진 얼굴엔 검버섯이 폈다. 치아가 빠지고 입도 합죽하다. 손마디엔 뼈만 도드라지고 얼굴엔 감정을 읽을 수 없다.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혈압약은 매일 먹어야 되고, 허리와 무릎 관절은 사시사철 아프다. 틀니는 냄새나고 잇몸을 짓누른다. 눈은 침침하고 귀도 어둡다. 소화도 안 되고 입맛도 사라졌다. 그저 매일 한 움큼 씩 약 먹는 게 일이다. 기억력이 떨어져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치매나 아니면 그래도 다행이다. 점점 먹고, 입고, 움직이는 것마저 뜻대로 안 된다. 진짜 두려운 건 가까운 사람에게 버림받는 것이다. 큰 병이라도 걸리면 가족에게도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된다. 노인은 죄가 없다. 청춘이라 방황한다면 늙고 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