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있는 연립주택을 지날 때마다 누구 생각이 슬그머니 일어나곤 한다. 옛날 그 자리엔 마당이 넓은 허름한 기와집이 있었다. 주위엔 진즉 현대식 고급 연립주택이 들어서 있었고, 한동안 그 집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더랬다.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그 집을 누렁이 한 마리가 지키고 있었는데, 대문은 늘 닫혀 있었다. 높지 않은 담 너머의 마당은 매일 똑같은 모습처럼 보였다. 그래도 개가 있는 걸로 봐선 눈에 띄지 않게 사람들이 들락거릴 거라는 짐작은 되었다. 집을 지킨다고 하지만, 황구(黃狗)도 찾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맨날 제 집에서 조는 게 일이었다. 가끔 장난기가 동할 땐 담너머로 얼굴을 내밀고 ‘누렁아, 또 자냐?’하고 놀리곤 했다. 그러면 자다가 나와선 눈을 껌벅거리며 컹컹 짖기 시작했다.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