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들를 때 유독 냄새가 심해 괴로울 때가 있다.
아직 후각이 마비가 안 돼 그럴 것이다.
‘화장실에서 똥 냄새나지 어디서 나겠나?’ 하며 마음을 달래 보지만 냄새는 이성보다 빠르다.
누가 뭘 잘못 먹었는지 유독 냄새가 풍성할 때엔 코를 막고 입으로 숨을 쉬기도 한다.
게다가 소리까지 내면서 용 써는 꼴을 듣다 보면,
심신이 ‘필설(筆舌)로 형언 못할 지경’이 된다. 아주 세트로 갖췄다.
‘냄새에, 소리에, 진짜 가지가지한다’, 차마 표현은 못하고 속으로 마구 욕을 해댄다.
평소 장(腸)을 관리해서 냄새 안 나게 하면 얼마나 좋아. 그게 아니면 소리라도 좀 줄이든지.
공공장소에서는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지 말이야.
그러다가 옆칸이 비고 나면 참 평화가 찾아온다.
냄새도 소리도 없는 평온한 나만의 시크릿 가든이 된다. 느긋하게 스마트폰을 본다.
몰입도가 최고다. 변기통 위가 집보다 더 안락하다. 구름(cloud nine) 위에 떠있는 기분이다.
그러다, 이내 누군가 들이닥쳐 짧은 나의 평화를 깨뜨린다.
그나마 끙끙거리는 소리 빼곤, 앞사람처럼 냄새가 나지 않아 다행이다.
그런데, 한 마디 내뱉는 말이 맘에 걸렸다. ‘아, 진짜 냄새 심하네’, 들으라고 문까지 꽝 닫는다.
난 모르겠는데 무슨 냄새가 난다고 지랄일까? 남의 행복을 박살 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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