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들끼리만 교감(交感)이 가능할까?
이미 답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요즘은 반려동물과의 생활이 일상화돼 있기 때문이다.
인간 중에도 소통이 안 되어 차라리 반려견이 낫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윌슨(wilson)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를 당한 척(톰 행크스 분)의 말동무가 된 배구공이다.
정확하게는 배구공 상표명이다. 배구공에다 사람 얼굴 모습을 그려놓고 자기가 하고 싶고 또 듣고 싶은 말을 혼자 중얼거리며 1500일 동안을 무인도에서 버텨냈다.
그리고 섬을 탈출하던 날 풍랑 속에서 윌슨을 놓쳐 버렸을 때 척은 그를 부르며 목놓아 울부짖는다.
영화를 직접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멀어지는 윌슨에 눈시울이 붉어졌을 것이다. 척이 외롭고 괴로웠던 그 긴 시간 동안 얼마나 윌슨에게 위로받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하물며 무생물에게도 이런 데 동물은 오죽할까?
윌슨은 단 한 번도 척의 말에 대답을 하거나 표정을 지어 보인 적이 없다. 기껏해야 바람이 빠져 쭈글쭈글해진 게 전부였다. 이런 것에 비해 꼬리를 흔들고, 말귀를 알아듣는 반려견은 얼마나 대견하나.
사실 교감은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얼마나 절실하냐에 달려있다.
아무것도 아닌 배구공이 인간에게 둘도 없는 지기지우(知己之友)가 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조상들이 큰 동리 나무나 바위에 빌었던 것도 간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하찮은 배구공과 나무와 바위에게도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게 남 얘기는 아니다. 그만큼 인간이 미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그런 존재라는 걸 모르고 살뿐이다. 교감도 그래서 어려운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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