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이 판을 치는 어느 야생의 초원에 아침해가 쏟아 오른다.
하나 둘 잠에서 깬 동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준비한다.
오늘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를 걱정하며 모두들 신에게 경건한 기도를 드린다.
먼저 초식동물인 누(gnu) 떼가 모여 기도를 한다.
“좋은 풀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시고, 사자나 하이에나 같은 불한당들에게 천벌을 내려 주소서”
그 옆 덤불을 지나 공터에는 사자 무리가 자리 잡고 있다.
“오늘은 맛있는 누를 힘 안 들이고 잡게 해 주시고, 얼룩말을 쫓다 발길질당하지 않도록 해 주시옵소서”
사자와 좀 떨어진 곳에는 하이에나 떼가 무리 지어 있다.
“오늘은 남이 잡은 고기를 잘 빼앗아 먹을 수 있게 해 주시고, 철천지 원수인 사자가 굶어죽게 해 주소서”
하늘에는 대머리독수리가 빙빙 돌면서 기도를 한다.
“오늘은 날강도 같은 하이에나를 만나지 않게 해 주시고, 사자와 싸우다가 먹잇감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숲에서 좀 떨어진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기도를 한다.
운전자는 ‘오늘도 무사히’, 갓길의 견인차는 ‘오늘도 일거리’를 기원한다.
노인들은 ‘무병장수’를, 병원과 장례식장에서는 ‘환자가 넘치기’를 소망한다.
소금장수는 해가 나길, 우산장수는 비가 오길 고대한다.
선량한 이는 지은 죄 없이 ‘고해성사’를 하고, 사기꾼은 그런 사람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한다.
아침마다 울리는 기도소리는 저마다 간절하지만 매일 똑같이 반복된다. 다만 신만이 귀가 아플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