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온갖 정보가 넘쳐난다. 가히 정보의 홍수 시대라 할 만하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없는 게 없다. 과잉 공급된 엄청난 정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오다 보니 어떤 게 진짜인지 구별하는 것도 큰일이 됐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시시각각 쏟아지는 정보들에 원하든 원치 안 든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현실과 비현실이 혼재된 네트워크 안에서 다른 사람의 취향, 행동, 생각들을 엿보거나 비꼬면서 쾌감을 얻고,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들과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그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동시에, 자기의 시시콜콜한 얘기를 생면부지의 다중(多衆)에게 공개하는 데도 전혀 주저하거나 부끄러움이 없다.
지위고하,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보며 정보를 검색하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고,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주식거래, 송금, 교통비 지불, 홈쇼핑, 음식 주문도 하고, 각종 증명서류 발급에 입사 지원서도 보낸다.
이제 더 촘촘해지고 굵어진 가상의 거미줄에 점점 더 깊이 얽히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에 접속돼 있지 않으면 소외되고 불안해진다.
마치 거미줄 위에서만 안심이 되는 거미 같다.
네트워크 안에서는 우리 모두 아무개나 숫자, 바코드로 존재한다.
검투사들에게 서로 죽이라고 외치는 로마 관중들처럼 익명의 유리한 지위를 누린다.
양날의 칼처럼,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자신도 거미줄에 걸린 벌레 신세가 될 수 있다.
혹시, 온 사방이 거미줄 천지가 되면 누가 빗자루질을 해야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짧은 수필(원고지3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훈수의 3원칙 (0) | 2021.03.12 |
---|---|
꽃에는 체감온도가 없다 (0) | 2021.03.02 |
까마귀를 위한 변명 (0) | 2021.02.16 |
늦가을 병아리떼 (0) | 2021.02.15 |
이적 수 (0) | 2021.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