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인데도 벌써 아침저녁 날씨는 ‘쌀쌀하다’기 보다는 ‘춥다’는 느낌이다.
마음이 아직 한낮의 가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낙엽 떨어지는 걸 무심히 봤다.
떠나는 가을이 아쉬웠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집 부근에서 한 무리의 병아리 떼를 만났다.
삐약 삐약 거리며 2열로 아장아장 걷고 있었다. 하나같이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눈망울이 맑고 선해 사랑스러운 감정이 절로 일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병아리 떼의 겉모양은 근데 좀 거무죽죽했다.
봄이라면 알록달록 하겠지만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게 제일이겠다 싶었다.
그래도 기특하지, 쌀쌀한데 씩씩하게 걸어 다니니...
지나가도록 좁은 보도(步道)를 내어주고 잠깐 차도로 내려와 걸었다.
그저 흐뭇한 마음으로 지나가는데, 병아리들이 갑자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한 자씩 또박또박, 느릿느릿 하지만 큰 소리로 말을 했다.
하나가 하니까 주위 친구들도 우르르 따라 합창을 했다. 그중 한 두 명은 배꼽인사까지 했다.
생각도 못한 일이라 황송한 마음에 나도 ‘안녕하세요’라고 유치한 목소리로 답을 했다.
그런데 애들은 인사를 할 줄만 알았지, 받는 데는 영 관심이 없었다. 인사를 받든 지 말든지 상관없이 금방 지들끼리 시시덕거리기에 바빴다.
대신 유치원 선생님이 웃으며 인사를 했다.
재잘거리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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