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잖아도 살기 어려운데 코로나가 창궐해 설상가상으로 힘들어졌다.
옛날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버티던 보릿고개도 봄철 한때였는데, 이건 뭐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다. 일 년 내내 춘궁기다.
사실이지 요즘 너나없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
백수는 백수대로, 회장은 회장대로 힘든 일이 없을 수 없다. 어느 누구라고 사는 게 만만하겠나.
문제는 사람들이 자기만 더 힘들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남들은 덜 스트레스받고, 더 재미있게 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의 함정에는 부와 지위, 학력에 상관없이 누구든 빠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끼리 모이면 모두 나보다 잘 난 사람들처럼 보일 때가 있다.
격식이 있는 자리면 특히 더 그렇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모두 범상치 않아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다.
그러다 좀 만만하다 싶은 사람을 만나면 이내 대화가 즐겁고 얼굴에 화색이 돈다.
폼도 좀 잡으며 얘기를 주도하다 보면, 심지어 내 가치가 급상승하는 기분까지 든다. 그리고 그 친구는 자연스럽게 ‘참 좋은 사람’으로 자리매김된다.
물론, 그 사람이 다른 자리에서도 참 좋을지는 알 수가 없다.
아니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또, 내가 만만하다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란 법은 없다.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만만하게 봤던 그 사람이 오히려 나를 배려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 막 대할 일이 아니다. 제멋대로 나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을 상상해 보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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