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원고지3장) 63

상상의 나래를 펴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 짧은 순간이었다.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 순식간에 타버리고 싱겁게 꺼져 버렸다. 모인 사람들이 만만찮은 사회생활을 과장되게 얘기하다가, ‘변호사, 의사는 다 도둑놈’ 이란 데까지 나갔다. 우리끼리 얘기하는데 뭔 얘긴들 못하겠나. 찾아가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늘 ‘갑’이다. 인간적으로 부럽고 한편으론 야속 키도 할 것이다. 그래도 개중에는 ‘돈보다 소명의식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더라’라고 얘기한 친구도 있었다. 본인은 최근에 그런 좋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는 듯했다. 순간 희한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일 우리 모두가 착하게 살면? 술도 담배도 끊고 건강하게 살면? 아마 그 얄미운 변호사·의사들은 다 굶어 죽겠지!’라고. 그러면 남의..

WHY NOT?

지난 12월에 치러진 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Joseph R. Biden)이 승리했다. 42년생인 바이든이 취임하면 역대 최고령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바이든은 29세에 역대 최연소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어 50년을 정치계에 몸 담았고, 그중 3번은 대통령 선거 도전이었다. 오마바 정부 시절엔 부통령도 역임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바이든은 말더듬증으로 놀림을 당했다고 한다. 자신을 소개할 때 ‘내 이름은 바이, 바이, 바이, 바이든이야’라고 더듬어 ‘바이, 바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돌멩이까지 입에 넣으며 발음 연습을 했다고 전해진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일까? 1982년엔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었고, 이후 큰아들마저 뇌종양으로 사망하는 불행이 이어졌..

봄의 씨앗

‘성모 수태고지’라는 성화가 있다. 마리아에게 예수를 수태했다고 천사가 알려주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천사는 새로운 시대가 곧 시작됨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 봄의 시작은 언제부터라고 할 수 있을까? 3월이면 누구라도 봄이라 할 만하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땅에서 나오는 것도 이때이다. 지천에 새싹이 나고, 온갖 꽃들이 눈을 틔우며 새소리는 청량하다. 온 천지가 생명의 에너지로 꿈틀댄다. 좀 더 일찍 입춘(立春)이라는 주장도 일리 있다. 이름까지 ‘봄이 서는 때’로 딱 정했으니 더 그럴듯하다. 2월 4일에 봄볕을 느끼기엔 이르겠으나, 조상들이 태양의 움직임을 살펴 24절기를 짓고 그중 첫 번째로 삼은 건 다 뜻이 있을 것이다. 진짜 믿기 어려운 건 12월의 동지(冬至)가 봄의 시작이라는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