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순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그랜드힐튼호텔에 들렀다. 정중한 옷차림을 한 할머니가 내 앞에 서면서 "혹시, 연세대학교 김형석 교수님이 아니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그렇습니다"하면서 쳐다보았으나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50여년 전에 정부가 주관하는 방송영화윤리위원회에서 함께 회의에 참석하곤 했던 S대학의 김 모 교수였다. 김 교수는 나를 보면서 "몇 번 뵌 일은 있는데 너무 젊어 보여서, 결례를 하면 안 되겠다 싶어 그냥 지나치곤 했습니다"면서 "저도 방년(芳年) 86세가 되었습니다"라고 웃었다. 86세에 꽃다운 나이라니. 내 나이가 99세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그때 위원장으로 계셨던 E총장 기억하세요?"라고 물었다. "너무 옛일이 되어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