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원고지3장)

기억과 감정

장 산 2021. 12. 1. 03:07

유튜브영상 캡처

 

 

동물도 기억과 감정이 있다. 유튜브 등 다양한 자료들을 보면 놀라운 장면이 많다. 어려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던 사자(lion)는 야생으로 돌아가 한참이 지난 뒤에도 함께 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소리를 지르고 얼굴을 부비면서 격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야생의 사자가 사람에게 달려들 때면 짧은 시간이나마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혹 저러다 큰 일 나는 거 아닌가 싶어서다. 여간한 관계가 아니고선 다른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사자가 아니라 들개만 해도 혼비백산했을 것이다.

 

동물도 이런 데 사람과 사람 사이는 오죽할까. 이산가족 상봉에서 보듯 애틋한 감정은 수십 년이 흘러도 헤어지던 그대로 생생하다. 오래된 유물(遺物)처럼 세월의 먼지와 때를 이고서 고스란히 감춰져 있다.

 

 좋은 기억은 좋은 대로, 그렇지 않은 건 또 그것대로 현재의 감정과 만나 증폭된다. 감정은 기억에 얹혀 시간을 따라 흐르다 어떤 예리한 계기가 될 때 되살아난다. 그건 우연히 마주한 장면, 특이한 냄새, 어떤 노래 등 뭐든 될 수 있다. 반송파(carrier)에 실린 메시지(message)처럼 저마다의 비밀코드를 통해 복원된다.

 

 동일한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지만 사람과 짐승이 돌아가야 할 곳은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사자 무리와 살 수도 없고, 사자도 인간 세상에서 살기엔 너무 커버렸다. 아프든 혹은 안타깝든 기억 속의 귀여운 아기 사자는 이미 그런 사자가 아니다.

 

 감정이 기억으로 저장되고 다시 그게 시간이 흘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니 결국 둘은 하나이다. 말하자면, 과거와 현재의 만남인 셈이다. 문제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실이다.

 

 현실은 기억과 감정보다 훨씬 냉정하다. 그게 어떻든 일말의 동정도 없이 집어삼킨다. 기억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서 더욱 강렬해진다.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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