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수필

핵무기와 재력

장 산 2022. 1. 8. 23:35

 과거 80년대 마이크 타이슨이라는 괴물 같은 권투선수가 있었다. 펀치가 얼마나 셌던지 거의 모든 시합을 KO로 이겼다. 한 방 맞았다 하면 경기가 끝나버려 그의 별명은 ‘핵주먹’이었다.

 

타이슨, 출처: 나무위키

 

 핵은 한 방으로도 전쟁을 종결 지을 수 있는 절대무기이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와 같다. 핵무기를 보유하는 순간, 국가 간 힘의 균형은 급격하게 기울어진다. 이런 힘의 비교우위는 능력이 안 되는 나라를 눈치 보고 주눅 들게 만든다.

 

출처: 미래한국

 

 핵무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사용되지 않을 때 힘을 발휘한다. 실전(實戰)에 활용된다면 그땐 서로 확증파괴(MAD)’가 되어 모두 공멸(共滅) 하기 때문이다. 말인 즉, 핵을 못 가진 나라에게만 통하는 공갈무기라는 의미이다. 없는 국가에게 나 이런 거 있어, 까불지 마하는 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쓰지도 못하는 핵무기를 자꾸만 더 가지려 한다는 점이다. 지구 전체를 몇 번이라도 절단 낼 엄청난 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만족하지 않고 있다. 못 가진 국가 입장에서 보면 왜 저럴까?’ 싶은 일이다. 하나라도 있었으면 하는 판에, 수백 수천 개도 모자라 안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좀 뜬금없는 얘기일 수 있지만, ‘재력(財力)’이 꼭 핵무기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핵무기재력으로 바꿔 읽어  보면 얼추 맞아떨어진다.

 

 인간들은 이미 쓰고도 남을 돈이 있으면서도 끝도 없이 더 가지려 한다. 100억을 가져도 1천억을 목표로 하고, 1천억 재산이 되면 1조를 기대한다. 설령, 재산이 1조가 됐다 한들 그게 욕망의 끝은 아닐 것이다.

 

출처: 오징어 게임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돈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 할 수도 있다. 반박하기 어려운 주장이긴 하나 그걸 다 어따 쓸까에 대한 호기심은 생긴다. 비교하자면, 골 백번 죽고도 남을 엄청난 핵무기가 있음에도 뭔가 불안해 자꾸 더 만들려고 하는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와 유사하다.

 

 재력은 대부분 부동산에서 나온다고 했을 때, 카드나 현금처럼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장부상의 재산이니, 사람들이 모여서 밥 한 끼 먹고 커피 한 잔 할 땐 아무 소용이 없는 재산이다. 그저 과분한 숫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빌딩과 땅은 그게 부러운 사람들 앞에서 폼 잡을 때 대단히 유효한 수단이 된다. 심지어, 봉급쟁이들이 몇 푼 안 되는 밥값을 알아서 내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금덩어리나 예금을 자랑할 수도 있지만 그건 좀 속보이기도 하고, 괜히 도둑을 맞거나 빌려달라고 하면 입장만 난처해질 일이다. 당장 처분할 수 없는 부동산은 그래서 힘을 발휘한다.

 

 핵과 재력의 유일한 차이라면 그 쓰임의 결과이다. 핵은 실제 사용되는 순간 회복할 수 없는 파국을 초래하지만, 적시 적소(適時適所)에 사용하면 재력은 사람도 살리고 분위기도 업(up) 시킬 수 있다. 뒤따라오는 찬사와 존경은 덤이다. 어려운 시기에 아낌없이 나눠 이웃과 함께 한 경주 최부자가 대표적이다.

 

 핵과 재력은 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흘림으로써 그 효능이 생긴다. 핵은 영원히 공갈이 되는 게 세상에 이로울지 몰라도, 그러나 재력은 공갈이 되는 순간 핵과 같은 권능도 사라지고 만다.

 

출처: 맘스메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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