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 짧은 순간이었다.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 순식간에 타버리고 싱겁게 꺼져 버렸다.
모인 사람들이 만만찮은 사회생활을 과장되게 얘기하다가,
‘변호사, 의사는 다 도둑놈’ 이란 데까지 나갔다.
우리끼리 얘기하는데 뭔 얘긴들 못하겠나.
찾아가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늘 ‘갑’이다.
인간적으로 부럽고 한편으론 야속 키도 할 것이다.
그래도 개중에는 ‘돈보다 소명의식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더라’라고 얘기한 친구도 있었다.
본인은 최근에 그런 좋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는 듯했다.
순간 희한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일 우리 모두가 착하게 살면? 술도 담배도 끊고 건강하게 살면? 아마 그 얄미운 변호사·의사들은 다 굶어 죽겠지!’라고.
그러면 남의 불행을 절대 이용하지 못할 것이다. 완벽한 스토리다.
그러다 생각이 장의사에까지 미쳤다.
장의사도 남이 죽어야 일거리가 생기니 똑같이 나쁜 놈들인데, 그러면 우리가 죽지도 않고 영생불멸을 해야 되나? 이 대목에서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갔던 상상이 순식간에 되돌아왔다.
세상에 무슨 재간으로 골치 아픈 일 하나 없이, 몸도 안 아프면서 게다가 죽지도 않고 살 수 있을까! 내가 먼저 황급히 그들을 찾았으면서 꼭 지나고 나면 그 사실을 잊어먹는다.
그저 범사에 감사하며 시험에 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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