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를 ‘꽃이 폈다’고 얘기한다.
활짝 핀 꽃의 이미지가 인생 호시절과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화창한 봄날 꽃구경하기 좋아하듯 그럴 땐 선망의 대상이 된다.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다.
이렇게 잘 나가던 시절의 언어는 확신에 차있고 의욕은 넘치며 행동은 단호하다.
뭘 해도 잘할 수 있겠다 생각한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걸 좋아하고,
또 그러기 위해 자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내가 없으면 일이 안 될 때 존재감을 느끼며, 세상이 나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그러나 한 번 핀 꽃은 시들기 마련이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조금씩 중심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온다.
때가 되면 뒷물에 떠밀려 내려가는 장강(長江)의 앞물이 될 수밖에 없다.
자존심은 남과 비교해 ‘내가 누군데...’하는 자격지심이다.
열심히 살았던 인생일수록 더 그럴 수 있다. 자기 외부에 바라는 게 많아 ‘감사하는 마음’ 갖기가 어렵다.
되려 원망(怨望)의 마음만 커진다.
자존심은 남에게 나를 존중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남들이 무작정 내 뜻대로 해줄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지키기가 어렵다.
반면에, ‘스스로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즉 자존감을 키우기는 비교적 쉽다.
남과 상관없어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물이 강을 버려 바다에 이르듯 화려함이 사라진 뒤라야 본질을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