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夔)’는 장자(長子) <추수(秋水)> 편에 나오는 발이 하나인 전설상의 동물이다.
‘기’는 돌아다니기 불편해 다리가 수십 개인 ‘노래기(蚿)’를 부러워했다.
반면에 ‘노래기’는 발이 너무 많아 오히려 ‘뱀(蛇)’처럼 발 없는 짐승이 되고 싶었다.
땅을 기어 다니는 ‘뱀’은 자유로운 ‘바람(風)’을 부러워했으나, ‘바람’은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순식간에 갈 수 있는 ‘눈(目)’을 부러워했다.
‘눈’은 눈대로, 가고 싶은 곳을 어디든 갈 수 있는 ‘마음(心)’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불안정한 ‘마음’은 되레 발이 하나뿐인 ‘기’를 부러워했다.
여기서 장자가 강조한 점은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기 눈엔 보잘것없어 보여도 누군가는 그걸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변덕이 심해 서로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얘기는 이솝의 ‘욕심 많은 개’ 우화와 비슷하다.
고깃덩이를 문 개가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더 가지려 짖다가
물고 있던 고기마저 잃어버린다는 얘기 말이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욕망하게 되면 끝이 없다.
남과 비교할수록 이 심리적 허기는 점점 더 심해진다.
그러나, 아무리 욕망해도 '기'는 '노래기'나 '바람'이 될 수 없다. '노래기'나 '바람'도 '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존재하는 '스스로'일뿐이다. 다만 자신의 과거와 비교해 더 나은 오늘을 추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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