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원고지3장)

A 집

장 산 2021. 1. 28. 06:21

 포커(poker)에서 같은 숫자의 카드가 3장과 2장씩 동시에 들어온 경우를 ‘풀 하우스(full house)’라고 한다.

하우스가 집을 뜻해 흔히 줄여서 풀집’, 더 간단하게는 이라고 부른다.


 ‘풀집’ 중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것이 A가 3장 들어온 ‘A 풀 하우스’, 즉 ‘A 집’이다.

일명 족보 있는 패들 중에서도 승률이 아주 높은 명문 가문에 해당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A’3장 들고 시작하면 무조건 내가 이겼다는 생각에 빠지곤 한다.

A가 1장 더 들어와 '포 카드'도 잡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출처: pixabay


 그런데, 이후 나머지 4장에서 ‘원 페어’도 잡지 못하면 우습게 봤던 ‘따라지 족보’에도 지게 된다.

명문가는커녕 당장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떨어진다.

본인은 물론이고 뭔가를 기대하며 지켜본 사람들도 크게 낙담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 있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포커판은 인생살이와 비슷하다.

부푼 기대가 큰 실망으로 바뀌는 경우가 흔히 있다. 좋은 배경, 재력 혹은 건강한 신체를 물려받았거나, 어려서 똑똑하다고 기대를 모았던 사람이 나중에 유야무야 된 경우 말이다.


 물론 운이 나빴을 수 있다. 환경이 나빴다고 핑계를 댈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일까? 이유야 어찌 됐든 그것이 현실이라면, 생각할수록 속만 쓰릴뿐이다. 한 번 흘러간 물은 되돌릴 수 없지 않은가!


 그때 좀 더 신중했더라면 좋은 운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변덕스런 운(fortuna)이 어디로 튀었을 진 알 수 없지만, 지금과는 다른 곳으로 데려다주지 않았을까?

내가 최고라는 아집(我執)이 게임도 인생도 흠집을 낸 것이다.

 

‘A아집으로 읽힌다. 아집은 진작에 버렸어야 했다.

 

타데오 쿤체 <포르투나>. 운명의 여신이 눈을 가리고 있다. 출처: 한국경제(배철현의 인문학 산책)


 다행히 게임도, 인생도 단판승부가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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