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사·오월은 집안에만 머물기 참 어려운 계절이다. 겨울을 이겨낸 신선한 기운(氣運)들이 천지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온유한 햇살과 산들바람, 물 오른 나무와 만개한 꽃들, 분주히 움직이는 곤충과 새들, 반짝이는 시냇물과 파닥거리는 고기떼들... 이맘때의 풍경은 어떤 복잡한 마음의 꼬임이라도 순식간에 해체해 버린다.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순순히 동화(同化)되고 만다. 충만한 생기(生氣)를 느끼며 걷는 일은 축복이다. 야외활동이야 사실 여름이 더하겠지만 높은 에너지는 사람을 쉽게 들뜨게 한다. 마음의 심란(心亂)은 에너지가 불균형일 때 오기 쉽다. 모자라거나 과하지 않을 때 마음이 평온해지는 건 익숙한 경험칙(經驗則)이다. 가을이 이런 의미에서 걷기 좋은 계절임은 봄처럼 확연하다. 오래되거나 혹은 ..